실제 기업 임원으로 있는 여성이 그 회사의 변화를 주도하기란 어려울 수 있다. (남성 임원들에게도 이는 어려운 일이다.) 최근 IT여성 서밋에 패널토의 진행자로 참가한 CIO닷컴 칼럼니스트 롭 엔델은 외부에서 영입된 여성 C레벨들이 많은 IT업계에서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점을 발견했다. 여성 CEO가 갑자기 늘어났다. IT업계는 물론이고 다른 업계도 마찬가지다. 이는 분명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그 잠재력에는 훨씬 못 미친다. 대다수는 자신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고 경영자들을 위한 이사회의 멘토링이 부족하지만, 여성의 경우 이런 문제가 더 빈번하다. 그 수가 적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더욱 두드러진다.
여성 CEO가 남성 CEO보다 뛰어나다거나, 부족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증거는 없다. 특히 적절한 준비 없이 최고 경영자 자리를 떠맡게 됐을 때가 그렇다. 그러나 CEO 아래 직책의 경우, 델과 HP, 인텔 같은 회사에서는 여성 임원들이 각자의 회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효과적인 멘토링을 복원하면서 성별과 상관 없이 모든 CEO들이 더 큰 성과를 일궈내도록 만들 수 있는 노력들이다.
필자는 '
IT여성 서밋(Women in Technology Summit)'에서 빅 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패널토의를 진행하면서 이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필자는 꽤 독특한 배경을 갖고 있다. HR, 마케팅, 컴퓨터과학을 공부하고, 이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전 직장인 IBM 덕분에 대기업의 거의 모든 현업 부서를 경험했다.)
필자는 패널로 나온 IBM의
빅 데이터 및 스트림 부문 안줄 밤브리) 부사장, 링크드인의
모바일 데이터 과학 매니저인 예일 가텐,
분석 컨설팅 업체인 페리투스 파트너스(Peritus Partners)의 치민 보린 대표 등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 그리고 여성 임원들이 기술 분야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음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이런 상당수 변화의 중심에는
분석의 활용 증가가 자리잡고 있다. 여성 임원들이 정보에 바탕을 둔 의사결정으로 기술과 세상에 변화를 가져올 원동력을 제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 3가지를 소개하겠다.
델의 카렌 퀸토스: 마케팅에 분석을 가장 잘 활용하는 CMO대다수 기업들의 경우 마케팅 부서에서 가장 먼저 데이터 분석을 사용한다. 즉 이 툴을 가장 잘 사용할 수 있는 인재 대부분이 성장하는 곳이 마케팅 부서다. 앞서 언급했듯, 필자는 HR 부서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 당시 HR에는 인류학과 생리학과 관계된 원칙들이 많이 활용됐었다. HR 부서에서 일하면서 터득한 한 가지 사실은 여성들이 더 분석적으로 결론에 도달하는 반면, 남성들은 분석 '엔진' 개발에 더 탁월하다는 것이다. (우리 남성들은 도구를 잘 만들지만, 이를 잘 사용하지는 못한다.)
여성들이 마케팅을 지배하고 있다.
상품을 팔 때 필요한 능력은 엔지니어가 아닌 사용자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몇 년 전 데이타퀘스트(Dataquest)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사용자를 옹호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마무리 도구라고 한다. 아주 큰 차이였다.
델의 CMO 카렌 퀸토스는 어떤 제품이 고객들에게 어떤 이점을 주는지, 더 중요하게 어떻게 해야 이점을 활용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증명해 보였다. 그녀는 데이터 분석을 적절히 활용해 델의 마케팅 활동의 효과에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델의 고객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는 사례와 직접적인 노력을 매개체로 기업이 얻는 것과 잃는 것, 우리가 구입해야 하는 것을 급격하게 바꿔 놓을 것이다. 퀸토스는 빅 데이터 분석의 이면에서 여성 임원들이 영업과 사업 추진에서 원동력 역할을 할 수 있는 ‘숨은 인재’임을 깨닫도록 만들었다.
HP의 트레이시 키오그: 직원들을 비용이 아닌 전략적 자산으로 탈바꿈필자는 대기업의 HR 책임자 가운데 유일하게 전략적인 HR 책임자가 HP의 트레이시 키오그 HR 담당 수석 부사장이라고 주장해 왔다. HP는 델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뒤를 이어 강제배분평가제도(forced ranking)를 없애려 했다가, 어쩌면 지금까지 소개된 가장 어리석은 정책일지도 모른다는 점을 깨달았다.
회사를 망쳐놓은 한 CEO가 남겨놓은 지독한 HR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키오그의 체계적이고 데이터에 중심을 둔 접근법은 직원들의 근무 조건 및 HR 툴 개선, 핵심 역량 파악 및 유지, 획득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HP가 업계에 닥친 큰 변화에 직면해 스스로를 재창조하고자 노력하면서 빚어진 대규모의 정리해고가 그녀의 노력을 상쇄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필자가 HR을 떠난 이유는,
1970년대 HR은 수십 년 간 축적한 과학을 무시하고 컴플라이언스에만 초점을 맞추는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HP의 키오그는 HR에 다시 과학을 접목시켰다(HR은 여성들이 지배하는 또 다른 업무 기능 중 하나다.). 'IT여성 서밋'에서도 이 아이디어가 패널들과 많은 청중들에게 울려 퍼졌다. 사람은 기업의 가장 값진 자산 중 하나다. 그러나 실제 이런 가치를 반영해 사람을 대우하는 경우는 드물다. 다행히 키오그 같은 인물들이 분석의 도움을 받아 이를 바꾸면서, 회사가 더 큰 성과를 창출하도록 만들고 있다.
델이 퀸토스를 이용해 일을 마무리 하는 것과 달리 HP는 키오그를 활용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HP가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키오그가 추진하는 변화는 HP의 차기 CEO가 효과적인 멘토링을 받도록 보증할 것이다. 이는 필자가 차를 바꾸는 횟수보다 더 빈번하게 CEO를 교체하는 회사에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인텔의 제네비브 벨: 사람에 초점을 맞춘 상품과 더 나은 미래 구축인텔의 상호작용 및 경험(Interaction, experience and research) 연구소 소장인 제네비브 벨은 아주 흥미로운 '권력자'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공부한
인류학을 바탕으로 인텔을 비롯한 다른 회사들이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도록 돕고 있기 때문이다.
벨은 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회 인류학자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아주 돋보이고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 그녀는 인텔 연구소를 책임지면서, 인텔이 전술적인 경계를 넘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인텔은 물론 우리 모두에게 좋은 미래다.
'탐욕과 기술'을 주제로 한 책을 출판한 브라이언 데이비드 존슨 등 미래학자들로 구성된 벨의 팀은 현재 3-D 프린트 로봇과 아이들이 과학 및 기술에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로봇은 향후 인텔의 가장 큰 수익 창출원이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에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시장 변화를 이점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군용 로봇에만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인텔은 사람을 죽이도록 설계된 지능적인 기계들에 투자를 하는 것은 인류가 향후 초래될 큰 변화에서 생존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인식하고 있다.
한층 쉽게 활용할 수 있고, 일상을 파괴하기 보다는 일상에 부합하고, 세상을 '악몽'이 아닌 더 행복한 장소로 만드는 제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기술 분야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일이다.
세상을 바꾸는 건 ‘빠른 결정’ 아닌 ‘더 나은 결정’이들 여성 임원 모두는 데이터 분석이 어떻게 회사와 자신의 위치를 개선할 수 있는지 입증해 보이고 있다. 이들은 직감이 아닌 분석이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짐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이들은 데이터 분석을 구성하는 3가지 요소인 거래 마무리, 직원 관리,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예증해 보이고 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더 나은 결정을 내릴 때 기업과 일상, 더 나아가 세상이 발전할 것이다. 빠른 결정이 아닌 더 나은 결정이다. 다행히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면 속도를 위해 품질을 희생시킬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분석 이면의 기술에 덜 집중해야 한다. 대신
데이터를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에 더 집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결정자가 가장 취약한 연결 고리가 될 것이다. 3명의 여성 임원들은 반대를 입증해 보이고 있다. 의사결정자들은 행동과 결과를 통해 가장 강력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남성들을 지목할 수 없다는 사실은, 지금은 여성들이 전략적인 우위를 갖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 덧붙이자면, 이들이 이룩한 놀라운 성과를 감안하면, 유일한 문제는 이런 성과들이 10년 전에 발생해야 했다는 것이다.
*Rob Enderle은 엔덜 그룹(Enderle Group)의 대표이자 수석 애널리스트다. 그는 포레스터리서치와 기가인포메이션그룹(Giga Information Group)의 선임 연구원이었으며 그전에는 IBM에서 내부 감사, 경쟁력 분석, 마케팅, 재무, 보안 등의 업무를 맡았다. 현재는 신기술, 보안, 리눅스 등에 대해 전문 기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ciokr@idg.co.kr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예전이 구태의연한 방식만을 적용한다? ... 어떻게 보면 옛것은 구닥다리이지만 또 어떻게 보면 그 만큼 성공적인 현재를 이끌어온 하나의 혁신 방식이었다. 지금 현재에 다른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은 미래의 상황을 결정하기 때문에 그 만큼 신중하고 철저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