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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rosoft]사티야 나델라_기고 | IT업계에 만연한 '성차별'Reading News 2015. 5. 31. 00:33반응형2014.10.17
기고 | IT업계에 만연한 '성차별'
Steven J. Vaughan-Nichols | Computerworld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야 나델라는 결국 자신이 했던 말을 철회했다. 그렇지만 아직도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테크놀로지업계 전반에서 여성이 2등 시민 취급을 받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필자가 그레이스 호퍼 여성 컴퓨팅 분야 기념 학회(Grace Hopper Celebration of Women in Computing)에서 사티야 나델라가 한 발언을 처음 전해 들었을 때, 잘못 들은 줄 알았다.나델라의 발언은 그만큼 믿기 어려운 것이었다. 임금 인상을 선뜻 요구하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느냐는 질문에 나델라는 테크놀로지 업계 생리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청중을 상대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 보다, 회사에서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인상을 해 줄 것임을 믿고 기다리는 게 중요합니다”라는 답했다.
믿기 힘들다고? 그래도 사실이다.
사실, 아직도 IT업계에서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미국 통계청 2011년 자료를 바탕으로 한 미국 대학 여성 인력 협회 연구에 따르면,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의 평균 임금은 같은 분야 남성 종사자에 한참 못 미친다. 예를 들어 컴퓨터 및 정보 시스템 관리자의 경우 2011년 기준으로 남성은 미화 9만 8,000달러를 받았으나 여성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8만 6,000달러밖에 못 받았다.
그렇지만 나델라에 따르면(비록 얼마 지나지 않아 발언을 철회하긴 했어도) 여성은 이런 불평등이 다 전생의 업보 탓이려니 하며 참아야 한다는 것이다. 농담 하는 게 아니다. 그가 실제로 한 말을 그대로 옮겨와 보겠다.
“그것이야 말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지 않는 여성들이 지닌 ‘초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인내하는 것은 결국 좋은 업을 쌓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그런 인내는 보상을 받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그렇게 인내하는 사람을 더 신뢰하고, 더 많은 임무를 맡기고 싶어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임금 인상을 받지 못하는 것이 꼭 나쁜 것이 아님을 뜻합니다.”
초능력? 업보? 지구상 가장 거대한 IT업체 중 하나의 CEO란 사람이 테크놀로지 분야 종사자들에게 해 줄 말이 고작 이것뿐이란 말인가?
나델라의 이번 발언은 그것이 공식 포럼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한다. 대중들은 나델라의 여성 차별 발언이 과거 뜨거운 논란이 됐던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소유주) 다니엘 스나이더의 인종 차별적 발언만큼이나 끔찍한 것이라 비난하고 있다.
나델라는 이날 발언으로 인해 그 ‘업보’를 톡톡히 받았다. 트위터에서 맹공격을 받은 것이다. 스나이더 때와는 달리 나델라는 빛의 속도로 자신의 발언을 철회했다. 사람들의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나델라는 곧바로 입장을 바꿨다. 그렇게 빨리 말을 바꾸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는 해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저는 테크놀로지 업계에 더 많은 여성 인력을 도입하고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마이크로소프트와 업계의 노력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남성과 여성은 같은 노동을 했을 경우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합니다. 받을 자격이 있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마리아 클라위의 조언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임금 인상을 받는 것이 맞는다면, 마땅히 요구해야 합니다.”
좋은 조언이다. 그렇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은 그의 첫 번째 발언이야말로 그의 진심이라고 믿게 되었다.
나델라를 옹호하는 이들은 그가 자신의 시각을 ‘명확히' 표현하기도 전에 그의 발언이 본래 의도와는 다른 것이라는 변명을 풀어놨다. 신기하게도 이 옹호자들은 전부 남성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나델라의 말에 오해나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지 않는 것을 여성의 초능력으로 찬양하는 이의 입에서 나온 ‘임금 인상을 받는 것이 맞는다면, 마땅히 요구해야 합니다'라는 말을 어떻게 변명이 아니라 해석할 수 있을까? 나델라의 머리 속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만의 특별한 임금 인상 체계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오해일까?아무리 생각해봐도 결론은 하나뿐이다. 결국 사티야 나델라 역시 수많은 다른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여성에게 동등한 임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불평등은 업계를 막론하고 만연해 있지만, IT업계는 특히 더 심각하다. 민간 무역 협회인 조인트 벤처 실리콘 밸리(Joint Venture Silicon Valley)는,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는 캘리포니아 주 전체보다 실리콘 밸리가 더 심각하다. 미 통계청 수치에 따르면 전체 인구를 고려했을 때 석, 박사 학위를 딴 남성은 여성보다 52% 더 높은 임금을, 학사 학위만 딴 남성의 경우도 36% 더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들이 평균 임금이 낮은 ‘핑크칼라(pink collar, 주로 개인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 직)’ 직종에 종사해서 그렇다고? 과연 그럴까? 워싱턴 여성 정책 연구소의 연구 조사 애널리스트 클라우디아 윌리엄스에 따르면 “오히려 고소득 직종으로 올라갈 수록 임금 격차는 더 커진다”고 한다.
물론, 기술 업계에서도 요직을 맡는 여성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HP의 CEO 멕 휘트먼,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 IBM의 지니 로메티 등이 그 예다. 다 좋다. 그렇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여성들은 시스템 관리자, 프로그래머, 매니저 등 일반 사무직종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의 경우 같은 일을 하는 남성 직원보다 훨씬 박한 임금을 받는다. 그런데도 남성 상사들은 이런 사실에 별로 신경 쓰지도 않는다.
여성에게 만일 정말 초능력이 생긴다면, 그건 아마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들었을 때 그것을 족집게처럼 집어내는 능력일 것이다.
*Steven J. Vaughan-Nichols는 CP-M-80이 첨단 기술이었던 시절부터 전문 기고가로 활용해왔다. ciokr@idg.co.kr반응형'Reading News '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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